짧은 낙서들/시 작(作)1 식구 고슬고슬하게 쌀알이 잘 익었다. 되지도 질지도 않고 딱 맛나게. 고즈넉한 눈밭을 가르는 강아지마냥 지나가는 주걱을 따라 뜨신 김이 솟는다. 침 고이는 냄새가 코 끝으로 스미어 마음을 채운다. 잘 지어진 밥통에 둘러앉아 밥술을 나눈다. 매일 뜨는 밥 한 수저에 담긴 뜻밖의 완벽함이, 특별한 기운을 주었다. 밥 짓는 이는 자뭇이 뿌듯하다. 매일 몇 번을 지어도 밥 짓는 일은 같지가 않다. 권태마저 지나가 굳어버린 손길은 일용할 양식이 주어짐에 사소한 감사를 잊은 지 오래. 마음에 걸린 짐이 그것말고도 많을테니. 그저 관성으로나마 버텨낼 힘이 되기를, 가끔은 조금의 힘을 더 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래도 문득 한번 힘을 주어, 혹은 아주 우연히, 어쩌면 견딜 수 있는 무게가 그것밖에 남지 않릉 어느 날에, 밥.. 2021. 12.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