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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체리 #구운체리단편 #당신의이웃 #단편소설3

당신의 이웃 (7) 한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게 다듬은 내용이 이 정도이다. 김한의 입에서 나온 날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기까지 정리를 하고나서 여전히 남은 의문점은, 왜 하필 완성의 대상으로 ‘사랑’을 선택했는가와 그 방법론에 대한 결론이 ‘살인’으로 튀어버렸는가 이 두 가지다. 김한에게 직접 물었을 때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며,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본인이 아닌 나의 역할이라며 드물게도 나를 질책했다. 눈치들 채셨겠지만 나는 그의 치료 및 분석과 정신감정을 맡은 그 주치의이다. 지금은 의사 직을 내려놓고 소설이나 쓰고 있지만, 인세를 받아먹으려고 쓰는 것도 아니고 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어달라고 쓰는 것도 딱히 아니다. 그저 당신 곁에 이런 이웃이 다녀갔음을 알려주는 것이 목.. 2021. 11. 1.
당신의 이웃 (5) 김한은 총 열여섯 명의 여성과 연인관계를 맺었고 그 중 열세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 진지하게 마음을 나눈 여성은 그 중 일곱이었으며, 모두 김한에게 살해당했다. 이외에 김한은 네 명을 더 직접 죽였고, 그의 양친과 변호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해 총 열네 명에게 생명의 빚을 졌다. 열한건의 직접 살인 중 일곱 명 모두는 김한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사랑하기에’ 죽였고 나머지 넷은 그 살인을 ‘완성하기’ 위해 죽였다. 후자의 살인에 대해 김한은 깊은 반성과 후회의 빛을 보였다. 시간을 되돌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넷 만큼은 죽지 않게 하고 싶다고 했다. 달리 말해,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인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는 것이다. 대학 이후로 김한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저마다 조금씩.. 2021. 10. 30.
당신의 이웃 (4) “김한의 당시 연애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김한이 다닌 중학교는 남자반 여자반이 구분되어 있었다. 한창 새로운 호르몬이 뿜어나던 김한과 친구들은 성적인 모든 것에 대해 끓는 욕망과 갈증이 있었지만 매력과 열정이 받쳐주지 못했다. 가만히 앉아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했고, 스스로 무언가를 이끌어내려는 행동력도 부족했다. 그들의 성적 농담은 공허한 투기에 그쳤다. 권씨와 김한은 비교적 일찍 올바른 성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그들의 친구 황군은 아기가 여자 배꼽에서 나오는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졸업할 즈음에서야 친구들은 황군이 농담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성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느낀 그들은 권씨의 집에 모여서 적나라한 포르노를 함께 감상했고, 그것을 계기로 친구들은 다시 함.. 2021.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