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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재/당신의 이웃 vol 1. 변호 (범죄)

당신의 이웃 (7)

by 구운체리 2021. 11. 1.

 한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게 다듬은 내용이 이 정도이다. 김한의 입에서 나온 날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기까지 정리를 하고나서 여전히 남은 의문점은, 왜 하필 완성의 대상으로 ‘사랑’을 선택했는가와 그 방법론에 대한 결론이 ‘살인’으로 튀어버렸는가 이 두 가지다. 김한에게 직접 물었을 때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며,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본인이 아닌 나의 역할이라며 드물게도 나를 질책했다.

 눈치들 채셨겠지만 나는 그의 치료 및 분석과 정신감정을 맡은 그 주치의이다. 지금은 의사 직을 내려놓고 소설이나 쓰고 있지만, 인세를 받아먹으려고 쓰는 것도 아니고 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어달라고 쓰는 것도 딱히 아니다. 그저 당신 곁에 이런 이웃이 다녀갔음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며, 부수적인 것들에는 진심으로 관심이 없다.
 싸이코패스에 대한 정신분석이란 그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결과가 날 수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 되돌아보기 위함이 아닌가.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고, 그저 튀어나온 아주 변두리더라도 작은 지식의 벽돌이 하나 더 쌓이면 도움 될 일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자는 말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글재주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여하튼 나는 여전히 그것이 궁금하다. 왜 ‘사랑’이었는가, 어떻게 ‘살인’이 되었는가. 그럴듯한 소설을 통해서라도 그 빈 부분을 채워보고 싶었지만,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아 비워둔 채 답안을 제출해본다. 나머지 소설은 시험이 끝나고 이면지에 못 푼 문제를 끄적이는 심정으로 마저 뱉어두었다. 참고하시되, 큰 의미를 부여하진 마시라. 뭐 이 글 전체가 그렇기는 하지마는.

 다시 소설로 돌아와,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분석은 기억과 기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반대로, 분석의 빈 조각들은 기록의 공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김한은 그의 군생활에 대해서만큼은 대답을 피했다고 본다. 그를 살인자로 만든 어느 조각이 그 공백 속에 감추어져 있으리라는 추측이다. 또 하나 김한이 언급을 사린 주제는 가족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관계에 대한 집착이 가족과 관련된 어느 부분에서 왔으리라 감히 추측해본다.
 김한의 통화기록에 가족은 주기적으로 있기는 했지만 그 빈도가 꽤 낮았다. 눈에 띄는 불화가 있는 가족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못했다고 의심할만하다. 김한은 제대 이후 집안으로부터 완전한 재정적, 물리적 독립을 하였으며 중퇴 전까지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서 충당했다.
 김한의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는 일가친척이 아무도 살아있지 않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진작 연이 끊겼거나, 자연사 및 사고사로 사망한 이들 뿐이었다.
 김한의 모친은 김한이 구속되고 형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원래 지병도 있었지만 사건의 충격이 컸으며 여론이 사건을 다루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그녀를 괴롭혔고 주위의 시선은 그것을 더욱 부추겼다.
 부친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는데, 경찰은 수많은 타살 가능성의 흔적들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자살로 결론지어 버렸다. 분명 비판받아야한다. 우리나라에 연좌제가 폐지된 것이 언제였는가. 나부터도 김한의 행동 원인의 기저를 가족력에서 찾고는 있다지만, 그 부모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함은 절대 아니다.
 제대로 수사하라는 요구가 어떻게 나를, 그것도 동시에, 극좌 및 극우 정치 공작세력으로 만든 건지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래 당신들 뜻대로 집에서 소설이나 쓰고 있습니다. 이제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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