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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낙서들2

칠면조 온 더 블럭! 홍대는 홍익대학교의 준말이다. 그렇다면 홍대입구는 홍익대학교의 입구라는 뜻일 것이다.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해서 나는 그것을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의식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하겠다. 나에게 있어 홍대입구는 2호선 신촌역 옆에 붙어있는 지하철 역 이름이었으니까. 심지어 홍익대학교의 입구는 홍대입구 역에서 그렇게까지 멀지도 않은데. 어떤 이름들은 때로 그 본질을 넘어서기도 한다. 홍익대학교는 물론 훌륭한 학교일 것이다. 다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듣자하니 그런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세워졌을 적부터 산학일체의 건립이념을 갖고있던 기관이다. 60년대 대학정비령의 칼날비 속에서도 미술학부의 입지만큼은 인정을 받아 살아남았고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겠지. 하지만 어느 알 수 없.. 2022. 6. 28.
식구 고슬고슬하게 쌀알이 잘 익었다. 되지도 질지도 않고 딱 맛나게. 고즈넉한 눈밭을 가르는 강아지마냥 지나가는 주걱을 따라 뜨신 김이 솟는다. 침 고이는 냄새가 코 끝으로 스미어 마음을 채운다. 잘 지어진 밥통에 둘러앉아 밥술을 나눈다. 매일 뜨는 밥 한 수저에 담긴 뜻밖의 완벽함이, 특별한 기운을 주었다. 밥 짓는 이는 자뭇이 뿌듯하다. 매일 몇 번을 지어도 밥 짓는 일은 같지가 않다. 권태마저 지나가 굳어버린 손길은 일용할 양식이 주어짐에 사소한 감사를 잊은 지 오래. 마음에 걸린 짐이 그것말고도 많을테니. 그저 관성으로나마 버텨낼 힘이 되기를, 가끔은 조금의 힘을 더 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래도 문득 한번 힘을 주어, 혹은 아주 우연히, 어쩌면 견딜 수 있는 무게가 그것밖에 남지 않릉 어느 날에, 밥.. 2021.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