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운체리 #구운체리단편 #단편소설 #당신의이웃2

당신의 이웃 (8) - 完 김한의 재판은 실시간으로 방송되었다. 그의 재판은 스포츠 리그의 결승만큼 인기가 있었고, 변호인석은 공석이었으며, 실제로 몇 건을 제외하고는 본인의 살인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기도 했기에, 이미 정해진 대본을 읽는 연극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사형을 선고받을지 보다 그 사형이 간만에 집행이 될까에 보다 맞춰져 있었다. 오른쪽 눈을 다쳐 붕대를 감고 나타난 그의 모습은 시각적 연출에 양념을 더했으며, 누군가 썩은 계란을 던져 그를 맞추려다 다른 방청객의 뒷통수를 맞추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담당판사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즉석에서 벌금을 선고하고 내쫓았다. 각종 언론은 미리 써둔 기사를 방송시간에 맞춰 앞다투어 내보냈고 김한이 사형을 선고받은 직후 장내에는 진정시키기 어려운 소란이 한동안 지속.. 2021. 11. 2.
당신의 이웃 (2) 당신도 알다시피 김한은 사람을 죽였다. 아니, 사람들을 죽였다. 대부분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김한의 손에 죽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김한이 사랑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김한은 앞선 문장에 사용된 두 번의 ‘사랑했던’이 ‘사랑하는’이라는 현재형으로 쓰이기를 원했다. 최소한 후자는 판단하는 주체가 김한 본인이니 그렇게 써도 틀리지 않겠지만, 전자의 경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 남겨진 이들이 듣고 있다. 어쨌든 이 글에 쓰인 모든 문장이 옳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김한은 그렇게 생각한다, 즉 그의 손에 죽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이 글은 본래 김한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기획한 탄원서에서 시작되었다. 탄원서 원본.. 2021.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