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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재/당신의 이웃 vol 1. 변호 (범죄)

당신의 이웃 (8) - 完

by 구운체리 2021. 11. 2.

 김한의 재판은 실시간으로 방송되었다. 그의 재판은 스포츠 리그의 결승만큼 인기가 있었고, 변호인석은 공석이었으며, 실제로 몇 건을 제외하고는 본인의 살인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기도 했기에, 이미 정해진 대본을 읽는 연극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사형을 선고받을지 보다 그 사형이 간만에 집행이 될까에 보다 맞춰져 있었다.
 오른쪽 눈을 다쳐 붕대를 감고 나타난 그의 모습은 시각적 연출에 양념을 더했으며, 누군가 썩은 계란을 던져 그를 맞추려다 다른 방청객의 뒷통수를 맞추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담당판사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즉석에서 벌금을 선고하고 내쫓았다. 각종 언론은 미리 써둔 기사를 방송시간에 맞춰 앞다투어 내보냈고 김한이 사형을 선고받은 직후 장내에는 진정시키기 어려운 소란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김한에게 과외를 받았던 피해학생의 부모는 끝내 실신한 것이 방송에 잡혀 신문 일면을 장식했다.
 김한은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구치소에서 주기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았다. 재판이 끝난 뒤 김한에게 면회를 갔을 때 그는 폐인이었으며, 진작에 죽는 것이 나은 몰골이었다. 오른쪽 눈은 면도날에 베였는지 눈꺼풀이 찢어진 채 실명해있었고 왼쪽 무릎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의 성기와 항문 또한 망가져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두 개의 오른쪽 손가락은 재봉틀에 찢겨져 나가다시피 했다.
 어째서 재소자를 이렇게까지 방치관리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생각으로 총대를 멨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그에 대한 리벤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그에 맞는 처벌이 부가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이 법치의 순리다. 그러지 못할 거라면 인간성의 퇴보를 인정하고 돌팔매 형을 부활시키던가.
 나름의 죄책감에서였는지 어떤 초연함인지, 김한은 어떤 불평을 하거나 죽음의 집행으로 형벌을 끝내달라는 부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럴 기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전체 인생에서 받을 주목을 이 순간 한꺼번에 받고 있음에 잘 적응하지 못한 듯도 보였다.
 내가 김한과 나눈 마지막 대화는 다음과 같다.
 “어째서, 일곱 번째 살인은 전시를 해두었나. 누군가 멈춰주기를 바란 것인가?”
 그냥,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7이었다는 대답이 마지막이었다. 힘조절을 잘못한 누가 퍽 치니 억 하고 쓰러져 그대로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한, 이제 그는 더 이상 당신의 이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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