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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장미 #캘리포니아2

6월의 장미, 캘리포니아 1부 - (4) 4. 계훈과 민영의 사이에 진전이 없음이 뚜렷하게 보이자 사람들은 관심을 거두었다. 계훈은 민영을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았고 이따금씩 마주칠 때면 민영은 깍듯이 예의를 갖춰 계훈을 대했다. 계훈은 그것을 한 단계 진전된 친분의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지윤이 보기에 그건 민영이 노골적으로 가시를 세우는 것이었다. 아니, 사실 누가 보기에도 그랬다. 지윤이 느끼기에 계훈은 겉만 우락부락하지 속은 영락없이 여리디 여린 어린아이 같았다. 나쁜 사람인 것 같지 않아 바보 같은 짓으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싶었고 민영 같은 친구를 대하는데 필요한 주의사항들을 넌지시 일러주곤 했다. 계훈은 그런 지윤의 충고들을 드물게도 새겨들었고,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했다. 계훈은 지금까지 친구들을 상대함에 있어 동성이라면 카리스마.. 2021. 12. 13.
6월의 장미, 캘리포니아 1부 - (3) 3. 민영은 평소처럼 입고 나갔다. 예진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튀는 스타일을 고수하기 때문에 민영의 옷장에도 유학생 치고는 다양한 상황에 맞는 옷들이 여러 벌 준비되어 있었다. 예진이 조잘대며 코디를 자처했지만 민영은 고집대로 숄이 늘어진 긴팔 블라우스와 짧은 청반바지를 입고 옅은 눈 화장과 잡티를 가릴 수 있는 최소한의 볼터치만 걸친 채 나갔다. 예진이 자신의 팔과 귀에 달린 쇳덩어리를 몇 개 떼어주려 했지만 민영은 기겁을 하며 도망쳤다. 민영이나 지윤은 장신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민영의 서랍에는 상대가 누군지도 가물가물한 우정반지가 하나 있고, 지윤은 목에 거는 로켓 하나와 머리띠로 쓰는 팔찌만을 차고 다녔다. 온갖 것들을 주렁주렁 달고서 잘도 균형을 잡고 돌아다니는 예진의 모습이 민영에게는 기인.. 2021.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