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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15

(리뷰) 도그빌 하늘에 계신 아버지, 그냥 거기 계시옵소서 악을 단죄함에 있어 나약한 사람과 간악한 사람의 그것에 대한 판단은 분명 다르다. 장발장의 ‘생계형 범죄’에는 선처의 여지를 두는 사람들이 제법 될 것이다. 사람의 행동에 대해 환경과 자유의지가 갖는 책임의 비율을 명확한 수치로 계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책임을 묻는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저 상황에 있었더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수록 환경의 책임이 클 것이고, 반대일수록 자유의지의 책임이 큰 것이겠지만, 정량적인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한 실험적 기준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보다 사회에 득이 되는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연극적 합의에 사람들은 꽤나 잘 몰입하곤 한다. 바닥에 분필을 그어두고 여기에 벽이 있.. 2023. 9. 27.
(리뷰) 굿 윌 헌팅 Not your fault 언젠가 페이스북 내 계정을 소개하는 담벼락(?) 배너에 ‘not your fault’를 적어둔 일이 있다. 그때 그걸 본 어떤 친구가 최근에 굿 윌 헌팅을 봤냐고 물어봤었는데, 그 전에도 이후로도 한동안은 이 영화를 건들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다. 수학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다보니 영화 혹은 언론 등에서 ‘수학천재’를 연출하는 유치함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었다. 같은 이유로 최민식 배우 나온 수학자 어쩌구도 아직 못 봤다. 실제로 칠판에 적힌 문제들과 풀이를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봤을 때 별로 fancy한 느낌이 아니었고, 윌이 못 배운 천재라기엔 너무도 교육받은 방식의 풀이 전개 모양인 듯 보였다. 그게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는.. 2023. 9. 25.
(리뷰) 치히로 상 내 이름은 치히로, 섹스 샵에서 일하다 왔습니다. 나는 길고양이를 돌본다. 이름은 마담. 지금은 벤또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먹을 것을 챙겨주기 수월하다. 마담은 길고양이면서도 사람 손을 타서 털이 건강하게 수북하고 살도 토실토실하다. 평상에서 담벼락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기꺼이 카메라에 내어주는 그런 고양이. 어느 퇴근 길에 동네 못된 아이들이 집 없는 길노인을 못살게 구는 장면을 보았다. 나는 길노인 또한 돌보았다. 가게에서 파는 벤또를 건네주고 집에 데려가 씻겨주었다. 말끔해진 노인은 말없이 웃으며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길노인으로 돌아갔다. 그후로도 나는 노인에게 벤또를 챙겨다주었고, 노인은 어느 날 자신이 머무는 아지트를 소개해주었다. 폐건물 어느 층에 아늑한 아지트에는 만화책으로 가득찬 서.. 2023. 9. 20.
(리뷰) 바바리안 내가 에어비앤비로 빌려 묵기로 한 집에 이미 누군가가 들어와있다. 상대는 홈어웨이로 같은 집을 빌렸다고한다. 명백한 더블부킹인데 주인장은 연락도 안되고 동네 사정상 달리 방법도 없다. 불편한 동거를 해야지. 보통의 스릴러 영화라면, 이렇게 또래 성인남녀를 만나게 했으면 sexual이건 violence건 19금의 에센스를 곧장 뽑아냈을 것이다. 클리셰적으로 멍청해서 당할 수 밖에 없는 여주들과 달리 필요한 모든 방어조치를 최선을 다해 취하는 여주, 그럼에도 직업적으로 천생연분인것만 같은 남주, 잠깐 서로 입맛을 다지지만 아주 신사적인 방향으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하룻밤. 여기서 영화의 범상치 않음을 눈치챘어야 했을까. 요체가 조금씩 등장할때 난 이 영화가 ‘바바둑’과 ‘기생충’의 묘한 교집합의 영역.. 2023. 9. 18.
(리뷰) 보 이즈 어프레이드 all To Your BeauTY, managing not to end up as Beau Dear mom, I am sorry this is the aniversary of dads death thank you Im sorry. Love, B…(보) 광기의 근원이 우울이고 우울은 상당수 가정환경에 유전적 근원을 두고 있으며,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세계는 공통적으로 뒤틀린 유전적 형질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대놓고 광기를 장르로 삼는 호러 스릴러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광기만을 남기고 나니 그 현실 범주의 근원이 조금 더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아주 구체적으로. 단어 선택이 조심스럽다. 모성? 아무튼 체계(본인의 가정)으로부터 억압받은 여성이 등장해 가정 내에서 압도적인 권위를 획득하여, 가정 내의 남성성을.. 2023. 9. 13.
(리뷰) 코코 미구엘 아니고 코코 그림이 이쁘고, 노래가 괜찮고, 이야기가 구성적인 측면에서 평타 이상 치고, 멕시코 특유의 문화적 색채가 독특하고 진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전반적으로 무해하고 귀엽다. 그것만으로 일단 한번쯤 봐볼만한 괜찮은 영화가 되기는 한다. 그런데 구성을 제외한 디테일한 요소들이 납작하고 직선적이다. 좋게 말하자면 쉬운 영화라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쉽게 만든 영화로 보인다는 것이다. 갈등의 기승전결, 그것이 해소되는 방식, 복선과 회수, 극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핵심 가치 등이 다소 옛 것 같다. 탈혈연의 대안 공동체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는 흐름에 역행하는 강력한 가족주의라. 위기가 극화되는 순간에서 악역은 치밀하지 못한 주제에 너무 설치고 주인공이 솟아날 구멍은 너무도 넓으며 주변 .. 2023.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