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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리뷰) 보 이즈 어프레이드

by 구운체리 2023. 9. 13.

 

all To Your BeauTY, managing not to end up as Beau

Dear mom, I am sorry this is the aniversary of dads death thank you Im sorry. Love, B…(보)

광기의 근원이 우울이고 우울은 상당수 가정환경에 유전적 근원을 두고 있으며,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세계는 공통적으로 뒤틀린 유전적 형질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대놓고 광기를 장르로 삼는 호러 스릴러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광기만을 남기고 나니 그 현실 범주의 근원이 조금 더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아주 구체적으로.
단어 선택이 조심스럽다. 모성? 아무튼 체계(본인의 가정)으로부터 억압받은 여성이 등장해 가정 내에서 압도적인 권위를 획득하여, 가정 내의 남성성을 거세하는 폭력적인 권위 행사를 일삼는다. 자신이 물려받은 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함으로 포장하지만 결국 그 모든 행동들이 저주같은 대물림의 확산에 지나지 않았더라는, 너무도 흔해빠진 비극. 하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안다고 하기 어려운 그런 성질의 것.
내가 태어난 세상이 정해놓은 지배력이란,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치 기독교의 교리가 원죄의 긴고아를 씌우는 것과 같은 힘이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을 준비하며 앞뒤로 ‘미안해요’만을 바른 철자로 적는 ‘보’는, ‘기념일’도 심지어 본인의 이름조차 제대로 된 철자로 적을 줄을 모른다. 오직 죄인된 마음으로 하루하루 스스로를 법정에 세울 뿐이다.
그 법정의 원고는 언제나 어머니 한명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고인 내 자신은 유죄. 어미와 연을 끊은 자식은 그 불공정한 법정에 매일같이 불려나간다.

역시 내가 죽어야, 아니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나를 당신의 자궁 속 양수에 도로 집어넣어 수장을 시켰어야지. 나는 태어날때부터 스스로 우는소리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당신의 꼭두각시일 뿐, 그 양수의 바다에 되돌아가 빠져 숨지는 순간에도 오로지 당신의 목소리만이 비명을 지를 수 있겠지. 사는 내내 그 무엇도 알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존재로, 당신의 완벽한 세상에 결점을 남기는 것이 내 삶의 유일한 의의일테니.
어쩌면 나도 나의 아들들을 갖고, 알 수 없는 부계 유전의 저주의 주인이 될 지도, 그것을 원했을지도 몰랐겠으나, 그건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허락되어서는 안되는 미래. 그러니 결국에 집에 돌아온 나를 반겨줘, 당신의 자궁 깊은 곳에 나를 도로 쳐박아 익사하게끔 하여, 당신이 죽었다 말했던 아버지가 나를 먹게 하고, 나의 친구들이 내 뼈를 모아 비단포에 묶어 노간주나무 아래 묻으면, 나는 자유로운 새가 되어 노래해야지.

이 영화가 ‘보’의 주마등을 역순으로 감은 장면들이라면.
‘보’의 엄마는 자신의 엄마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나의 딸에게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나온 것은 아들이었다. 어딘가 모자란 이 남자애는 자꾸만 제 찢어죽일 아비를 찾았고, 그럴때마다 다락방에 감금당하는 징벌을 받았다. 다락에 갇혀 벌을 받는 것은 부성과 남성성 일체. 그러다 소년은 치료센터에 위탁되어 연극치료 기법 등을 겪었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양이 되었다. 입양되기에는 많은 나이였지만, 장성한 아들이 전사한 사연을 가진 부부가 특별한 사명감에 취해 그를 굳이 선택했다. 신체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가 맞춰져있지 않았던 ‘보’의 위탁가정에는, 어린 나이에 오빠를 잃고 마약에 손을 대는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보’가 자신이 한 행동을 인지하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전자발찌를 차고 파양되었다.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때 모든 것은 혼란투성이이다. 대체 어느 미친 놈이 발가벗고 칼을 휘두르면서 거리를 활보한담. 경찰아저씨, 내가 아니고, 범인을 잡으셔야죠. 나는 지금 집에서 씻다 도망나오느라 나체인 상태고, 글쎄 칼을 들고는 있지만, 피해자인걸요.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무섭게 그러세요.
아 내가 잘못한게 뭐냐면… 엄마가 쇼핑몰에서 나를 찾는데 내가 기둥 뒤에 숨어서 모른 척 했어요.

‘보’는 무서워서 그랬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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