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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리뷰) 본즈 앤 올

by 구운체리 2023. 4. 12.


답도 없는 괴물로 태어난 우울함에 비명처럼 뱉어낸 울부짖음

어느 날 동네 핫하고 조구만 호프집에서 우연히 동네 친구를 만났다. 동네 친구라고는 하지만 이 동네 산지 일년 가까이 되는 동안 세번 마주쳤고 그 중에 그날을 포함한 두번은 우연이었다. 우연이 아니었던 지난 만남에서 우린 ‘에에올’ 쩔었다는 얘기를 했었고, 이 날은 친구가 마침 ‘본즈 앤 올’을 막 보고나온 여운에 잠겨있는 상태였다.
제목으로 보나 카피 문구로 보나 내가 선뜻 보기 어려운 영화였지만, ‘에에올’과 비슷한 결을 공유한다는 말에, 속더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다만 상영관이 많지 않고 주말에 술약속들을 몰아놓은 회사원의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아 기약없는 OTT를 기다려야 하나 싶었었다. 
어느 재수없던 날 연차를 쓰고 먼길 헛걸음 다녀오던 길에 마침 시간이 비어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든 만나게 될 운명이었는지.

나한테 그만큼 여운이 깊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에에올’과 궤가 비슷하다는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넓은 의미의 우울감 비슷한 종류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난 우울함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다양한 종류의 우울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우회적인 방식들을 좋아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괴물이다. 괴물을 다루는 이야기는 곧 소수자성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주류사회가 기존의 언어로 정의되지 않은 소수자들을 인식하는 방식이 괴물을 대하는 그것과 같다. 어떤 이야기들에서는 그 소수자들이 실제 괴물처럼 인간들을 초월하는 능력들을 가지고 인간들에게 일방적인 해를 가하기도 한다.
허나 정상인간 중심의 세계관 속에서 결국에 그들은 어떻게든 지고 핍박받고 고통받는 채로 공존 혹은 배타적인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그렇게 잠깐의 답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 답이 지속가능한 평안 속의 공존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괴물성을 정의하는 것, 괴물과 공존하는 것은 영영 풀릴 수 없는 갈등일것들이라 끝없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엑스맨 시리즈만 하더라도 꽤 많은 담론들을 이미 다루어왔다.

이 이야기가 건드린 ‘괴물성’은 ‘트와일라잇’ 보다는 ‘에에올’에 분명 가깝다. 난 그래서 비록 이 영화가 이야기 구조적인 측면에서 난장을 벌려놓고 제대로 정리를 안했다고 느꼈고 와중에 거친 방식의 표현도 조금은 거슬렸지만 감성적으로 울리는데가 있었다. ‘그저 잠시라도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라는 의도적인 신파 장치가 이야기 전반에 깊게 어우러지지 못한 느낌이었지만, ‘대를 잇는 괴물성’을 두 주인공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둘은 각자 왜 그런 감정적인 결말을 맞았고, 어떤 돌파구가 있었는가. 개연성을 따진다거나 모범답안을 찾고 싶다는 건 아닌데, 내가 더 깊게 공명하고 싶은 지점이 ‘괴물성의 유전’에 저항하는 모습들이었어서 그쪽 서사를 더 깊이 다뤄주지 않은게 아쉬웠다.
그리고 냅다 ‘그저 사랑하는 것 뿐’ 류의 답을 꺼내주는게 썩 못마땅했다.
결국에 ‘답이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고 그것을 직접 표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럴 수 있지. ‘알아서 서로서로 씹어먹다 뒈져라 괴물들아’라고 할 순 없잖아. 그들끼리 만들어 낸 연대 속에서 되는데까지 살아가봐야지, 그 속에서 꾀할 수 있는 최선은 물론 사랑이겠지. 다 이해하는데 뭐 하나 연결이 덜 된 느낌이라 못마땅한데 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괜히 심술난건가.
괴물은 우리 주변에도 있고 우리 모두의 안에도 크고 작은 괴물들이 있을 것이다. 사랑만이 답이라는 건 사랑으로 그 괴물들을 눌러서 무찌를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굶주린 괴물의 시선을 잠깐 돌려놓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서로 간의 안전거리를 최대한 확보한 다음이라면 전쟁보단 사랑이 서로에게 나으니깐.
어떤 괴물성은 분명 유전이 된다. 몸의 질병 혹은 마음의 질병은 갓난아기에게도 괴물성을 심어놓는다.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알았으면서 왜 낳았어? 혹은 당신은 어떻게 살아냈어? 이 영화는 이런 질문들을 잔뜩 던지고 아무 답도 찾아주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다루려 한 괴물이 다스릴 수 없을만큼 아주 크기 때문이겠지.

답이 없는 우울함에 울부짖다보면, 이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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