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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재/투명개미에 대한 연구 (SF)8

투명개미에 대한 연구 - (2) 2. 연구의 배경 기억이란 뇌를 구성하는 뉴런의 시냅스 돌기에 엉겨있는 신경전달 목적의 단백질 덩어리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정의하는 근거들은 본인이 축적한 기억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있다. 단백질의 종류와 조합가능한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지만 결국 유한한 숫자이다. 따라서 인간이 도달가능한 영역은 유한한 범위로 제한되어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함 덕에 인간은 임종의 맡에서 이번 생에 못 다 편 잠재력을 아쉬워하는 오만함을 반복할 것이고, 그 오만함이 어설픈 인지 능력의 저주를 받은 인간이라는 종의 연속성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오만함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술에 어떻게든 다가가려 했다. 동명의 영화에서 착안한 ‘트랜센덧느’ 프로젝트는 인간의 의식을 네트워크에 데이터의 형.. 2021. 11. 30.
투명개미에 대한 연구 - (1) 0. 초록 천사의 속삭임처럼 느껴지는 막연한 청각신호로부터 나의 생은 시작되었다. 내게 가장 오래된 고통의 기억은 내가 염소였을 적이다. 나는 네 발로 젖은 땅을 딛고 서서 물비린내 섞인 흙냄새를 맡으며 비탈진 언덕의 풀을 뜯어 우물대고 있었다. 어느 날카로운 이빨이 내 흉곽을 찢어발기기 직전까지. 아픈 줄도 모르고 거기에서 필름이 끊어졌다. 수 차례의 다른 종의 기억들을 거쳐 나는 지금 인간으로 여기에 있다. 인간인 나의 첫 기억은 비좁은 관처럼 생긴 미끄럼틀이다. 그저 호기심에 앉는 순간 떠내려가기 시작했고 아 좆됐다고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끄트머리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며들고 있었고 어째서인지 출구로 향하는 길은 점점 좁아지며 나를 짓눌러 으깨버리려고 했다. 거꾸로 도망쳐 오르고자 했지만 지나온.. 2021.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