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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재/당신의 이웃 vol 1. 변호 (범죄)8

당신의 이웃 (2) 당신도 알다시피 김한은 사람을 죽였다. 아니, 사람들을 죽였다. 대부분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김한의 손에 죽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김한이 사랑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김한은 앞선 문장에 사용된 두 번의 ‘사랑했던’이 ‘사랑하는’이라는 현재형으로 쓰이기를 원했다. 최소한 후자는 판단하는 주체가 김한 본인이니 그렇게 써도 틀리지 않겠지만, 전자의 경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 남겨진 이들이 듣고 있다. 어쨌든 이 글에 쓰인 모든 문장이 옳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김한은 그렇게 생각한다, 즉 그의 손에 죽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이 글은 본래 김한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기획한 탄원서에서 시작되었다. 탄원서 원본.. 2021. 10. 27.
당신의 이웃 (1) 김한, 그는 당신의 이웃이다. 평범한 성씨에 조금 독특한 외자 이름을 쓰지만, ‘한이’ 하고 발음할 때 맴도는 울림이 깊지 않아 그다지 기억할만한 이름은 되지 못한다. 학창시절 ‘기만자’라는 별명으로 가끔 불리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썩 자주 쓰인 것은 아니다. 우선은 그에게 단어 뜻대로 남을 기만할만할 특별한 재능이나 성취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초에 친구도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다. 김한 씨는 심심한 사람이었다. 아무런 맛도 냄새도 나지 않아, 인간들의 칵테일에 무던하게 섞여있다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그런 머릿수 1이었다. 외모도 성격도 성실함도 딱 중간, 가장 보통의 사람을 찾는 대회를 연다면 7명 중에 4번째 보통이라 메달권에 호명되지 못할 완벽한 애매함이 되려 그의 특별함이다. 다.. 2021.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