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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재/당신의 이웃 vol 2. 변명 (범죄)8

당신의 이웃 vol.2 - (2) 2.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았던 것이 나에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혹은 인도함이었는지 모르겠다. 내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박 여사는 죽고 싶다, 죽이고 싶다, 가까운 누군가 죽는 꼴을 보고싶다 등등 죽음에 대한 언급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자체가 나에게 죽음에 대한 인상을 준 것은 아니다. 입버릇에 불과했을 뿐, 그녀는 누구보다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천지 원수라도 물에 빠졌다면 구하고봤을 성정이었다. 하지만 그 영향으로 또래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조금 친숙하고 무해하게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학교 3학년 때인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표어 및 포스터 대회가 열렸었다. 나는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도통 가늠할 수 없었.. 2022. 1. 13.
당신의 이웃 vol.2 - (1) 1. “도와달라고는 안 해. 방해는 하지 마.“ 예슬이는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나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나는 도와줄 생각도, 방해할 생각도 없다. 그저 그녀가 빨리 내 앞에서 사라져주었으면 하는 생각 밖에는 없다. 어둠과 짙은 화장 뒤어 숨어있어도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명찰 달린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았더라도 알았을 것이다. 그녀는 삶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없으므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영역이 아직 남아있는 미성년자다. “알겠어요. 제가 좋은 곳도 많이 알고 좋은 방법도 많이 알아요. 그러니까 우리 우선 장소를 옮기면 안 될까요?” 나는 티를 안 내고 싶었지만 세상 그 어느 때보다 당황해있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예슬에게도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녀는 오로지 나를 방해하려.. 2022.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