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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재/우주, 효영 - Bloody Oscar (관계, 범죄)

우주, 효영 - Bloody Oscar (0)

by 구운체리 2023. 9. 12.

0.
누가 범인인가.

종윤, 떨리는 왼손으로 반쯤 깨진 안경을 주워든다. 창살 너머를 바라보면 카메라가 시선을 쫓아 하늘로, 우주로 나아간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퍽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며 암전되는 화면 구석에 진득한 액체가 튄다. 조용히 멀어지는 발소리만 들린다. 화면의 전방위에서 범람하듯 액체가 모여드는데 자세히보면 지난 130분간의 모든 컷들이 섞여있다. 수챗구멍으로 사라지듯 한점으로 수렴하다 반짝하고 꺼진다. 옅어지는 빛무리는 소은과 종윤이 첫눈으로 만들려다 실패했던 눈사람의 몸통을 닮았다. 그 장면에서 둘이 투닥거리던 대사들이 희미하게 메아리치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스크랩]
 대중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뽐내던 황감독의 고장난 작품시계가 드디어 세상과의 두번째 합의점을 찾아냈다. 첫번째였던 ‘태엽 은행’ 이후로는 8년만이다. 이번 작품의 중심에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혼란스러운 세계관 속에서 온갖 폭발적인 감정들을 연기해내며 괴물신인이라 불린 여주인공 소은 역의 천우주 배우가 있었다. 높은 노출 수위와 잔인한 장면들을 소화해내며…

[오디오]
 (앵커) 어젯밤 사건현장에서는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피묻은 오스카 트로피가 발견되었습니다. 트로피의 주인은 황주덕 감독인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아직 범인은 특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살해당한 피해자는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경찰은 용의자들과의 관계를 추적 중에 있으며 유력 용의자로 거론되는 천우주 배우는… 

[메모]
'알권리협회’ 채널은 겁에 질린 듯 이런 황금같은 타이밍에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