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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편 연재/연우씨의 재판 vol 1. 본심 (드라마, 판타지)

연우씨의 재판 1부 - (6)

by 구운체리 2022. 6. 29.

6.
"정판사님, 일을 아주 거칠게 하시네요." 오 검사가 변죽을 올렸다. "동준이가 아주 열심히 살던 친구였는데, 졸지에 돈 벌어다주던 아들과 오빠를 잃은 가족들은 얼마나 슬플까요."
"규남씨, 우리 일을 좀 세련된 방식으로 하자. 자기 이제 목숨도 몇 개 안 남았잖아, 그렇지?" 소리는 미소를 머금은 채 딱하다는 표정으로 규남을 쳐다봤다.
"그 따위로 내려다보지 마 이 건방진..."
"니가 키가 작은 걸 어떡하라는거니 그럼? 설치지말고 앉아있어. 너 그 친구한테 약점잡힌거 있지않아? 내가 니가 보낸 쥐새끼한테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어? 오 검사님, 검은 약 드신지 좀 됐죠?"
"개소리 그만둬!"
규남이 부들거리며 벌떡 일어났지만 법복을 두른 채 일어난 소리보다 키에서도 덩치에서도 한참 모자랐다. 소리는 손가락으로 규남의 이마를 눌러 도로 주저앉혔다.
"어쩜 이렇게 투명하고 사람이 발전이 없을까. 너희 부모님 손발톱 다 뽑아서 그 자리 지켜냈으면 갚아드리지는 못해도 남은 평생 효도는 해야지, 어리석은 친구야. 내가 우리 오 검사님 인간적으로는 되\~게 싫어하지만, 일적으로는 제법 신뢰하고 있거든, 그거 몰랐지?"
"그... 그야..."
"너 같은 걸 누가 매수하거나 머리 복잡한 계략에 써먹으려고 하진 않을테니까. 네가 주는 뇌물은 노점상 할머니도 안 받지 않던? 난 우리 오 검사님이 아주 청렴결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진심이야. 네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보기 드물게 멍청한 사람이라서 그런거겠지만."
규남은 분노와 수치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소리는 뱉을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오 검사님 네가 검은 약 빼돌려서 나한테 던지기한거, 니네 부처 소속 인부들 사적인 용무로 부려먹고 돈도 안 준거, 그 사람들한테 갈 상여금 횡령한거, 내부정보 흘려다가 차명으로 투기하고 뒷통수치고 등쳐먹은거, 그 딸내미한테는 추잡한 문자 보내고 아들내미는 바보같은 일에 엮었다가 안 풀리니까 살인교사한거, 내가 눈감아줄게."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어!"
"얼씨구, 시체 태운지 며칠됐다고 그새 과거형이네. 됐다니까, 너 하나 목 따서 매다는건 일도 아니니까 대답이나 해보시지. 배인혁이지?"
"무슨 소리야?"
"너 요새 그 뚱땡이랑 붙어먹는다며. 그 돼지새끼는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연우씨한테 볼 일이 있는건 아닐거아냐?"
"혼자 또 무슨 착각에 빠져있는거야? 연수원때도 그렇고 넌 항상 그랬어. 요새는 검은 약을 매일 두세개씩 씹어먹는다는 소문이 역시 사실이었어..."
소리는 규남의 뺨을 올려붙였다.
"자꾸 딴길로 새면 다음 대화는 법정에서 기록관을 세워두고 하게 될 거야. 김연우 형 집행중지명령 배인혁이 내렸지?"
"너 이 반동분자, 감히 차석님을 그 따위로 모욕을 해. 요새 빨간 약을 먹는다는 소문..." 소리는 반대쪽 뺨을 후려쳤다.
"소문이라는 단어는 법관이 자주 쓰기에 너무 천박하잖아. 견딜 수가 없네? 그 돼지새끼 맞지?"
"넌 항상 그랬어. 세상이 다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지. 배인혁 차석님은 너 따위한테 관심이 없어."
"그래 그 돼지새끼가 관심있는건 밥처먹는것 밖에 없잖아, 그 인간 자지는 서니?"
"생각보다는 잘..."
"물어본거 아니니까 닥쳐. 배인혁이 멈춘건 맞다는 소리네. 난 이번 주말 재판에서 4주 전이랑 같은 선고문을 읽을거야. 배인혁이 그걸 알고있니?"
"그러니까 지금 다 네 망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그 분은 너한테도 김연우한테도 관심이 없고, 나랑도 깊은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야. 그 분이 요즘 구상하는 사업으로 얼마나 바쁘신데 그 따위..."
"아 지금 내각이 수명이 얼마 안 남았지 그래. 아무튼 그걸 방해하지 않았으면 해. 갑자기 뭐에 미쳐서 그랬는지 몰라도, 연우씨 더 이상 못되게 굴지 말고 깔끔하게 보내주라고, 알겠어?"
"그런 쓰레기같은 놈 걱정하는 척 말하지만 너도 죽여버리고 싶은거잖아. 네 언니가 너 사람으로 취급 안하니까. 빨리 죽여버리고 가서 무릎꿇고 빌려는거 아니냐?"
"너 같은 게 어떻게 법관이 됐을까. 자기는 되도록 입을 열지 말자, 그럼 좀 봐줄만한 것 같기도한데."
"뭐 하나만 걸려봐, 넌 내 손으로..."
소리는 얼이 나가 무어라 대꾸를 하려는 규남을 버려두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연우씨가 수감된 교도소에 찾아가자 몇몇 재소자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야유를 보내거나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는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악의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다 그녀에 대한 증오심리의 표출을 함에 대해 다른 유명인들에 비해 제재를 덜 받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녀와 일면식이 없는 재소자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그녀를 증오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가 별도로 로비를 받지 않는 대신 사적인 여론 검열에 돈을 들이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분위기였다.

연우씨의 방문을 열었을때 그곳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죄수복을 입고 라면을 먹고 있는 배인혁이 있었다.
"그래 역시 이 맛이야!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