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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재/연극이 끝난 후, Play for me (드라마, 관계)13

연극이 끝난 후, Play for me - (4) 4.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마법처럼 해결된 것은 아니다. 몸에 밴 안 좋은 습관들은 가끔씩 어떻게 손을 써보기도 전에 뇌를 거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질때가 있었고, 규민은 이제 갓 태어난 새끼짐승처럼 세상에 과도하게 관심을 갖다보니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실수로든 고의로든 종종 밟으려고 했다. 예전같았으면 그가 선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하게 아이들이 먼저 일찌감치 그를 밀쳐내 선을 밟는 사고가 나지 않았겠지만, 변한 상황에 대한 연습이 되어있지 않은 채로 규민이 선에 다가가니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다 갈등이 빚어지고는 하는 양상이었다. 규민이 모르게 ‘이제부터 규민이에게 잘해주자’는 합의가 된 듯한 모양새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을 오냐오냐 용인해주자는 뜻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화를 내야 적당한.. 2022. 2. 4.
연극이 끝난 후, Play for me - (3) 3. 정욱은 수업 중에 창수의 권위에 도전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고, 장군은 창수의 차에 가한 테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략 3층 높이에서 창밖으로 벽돌뭉치를 집어던진 일이 창수의 차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면 그것대로 문제였고 그렇지 않은 사고라면 훨씬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욱이 창수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창수는 그 날 이후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겠노라 선언하는 대신에 그 날 일어난 일체의 일들을 잊기로 약속했다. 어쩌면 그 테러가 자신을 정조준한 것이며 본인이 그런 일을 당할만큼의 잘못을 했다고 인정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창수는 실제로 보다 나은 선생이 되었다. 가장 먼저 보인 행동은 수업시간에 규민을 따로 불러세운 다음 고개숙여 사과.. 2022. 2. 2.
연극이 끝난 후 (Play for me) - (N) N. “대동흥 21기, 부동의 부흥을 위하여! 여기 부부끼리 오신 동창들이 많으시네요. 자, 제가 부부를 위하는 동안 여러분은 동흥을 위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에이 자, 잘 들어봐요. 제가 부를, 두 번, 크게 외칠테니까 여러분은 뭐라구요? 동, 흥! 자랑스러운 우리 모교의 이름을 외쳐주시고 함께 위하여, 외쳐주시면 되겠습니다. 자 큰소리로, 부, 부, 위하여!” 다소 연배가 느껴지는 주헌의 힘찬 권주사가 이어진 후로 오랜만에 모인 동흥고 21기 동창들은 시끌벅적하게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대관한 술집은 가득차 간이의자를 가져와 좁게 모여앉아야했고, 실내는 금새 소리와 열로 가득찼다. “저기, 우리 고 의원님은 언제 오십니까?” 잠시 소란이 잦아들고 소강상.. 2022. 1. 31.
연극이 끝난 후 (Play for me) - (2) 2. 규민이 전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규민 혼자만 몰랐다. 용주도 그것을 알면서도 어울리고 있는 것이었고, 심지어는 창수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모른채 할 뿐이었다. 정욱이 반장으로써 적당한 선에서 잘 통제하고 있으니. 왕따로 인해 사회성을 기를 기회가 없는 것이 먼저인지 타고난 사회성이 결여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른인 창수조차도 가끔 규민에게 분통이 터지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규민이 아니라도 아이들은 다른 대상을 필요로 할 것이고, 기왕 희생양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규민이 되는 편이 편하다고 창수는 멋대로 생각했다. 아니, 정욱의 생각에 동조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선생으로써 자격미달인 행동이지만, 정욱의 입지와 그 부모님이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법 .. 2022. 1. 28.
연극이 끝난 후 (Play for me) - (1) 1. “어휴 저 바보.” 정욱의 일침에 반 아이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담임인 창수는 그 분위기에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저지를 하지도 않은 채 다만 소란을 진정시키고 진도를 나가려고 했다. “자, 자, 그만, 집중.” 규민은 자신의 대답이 왜 바보같은 생각인지 몰랐지만, 반 전체의 놀림감이 되니 부끄러움에 어쩔 줄을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반 아이들을 한번 크게 웃게 만들었노라 위안삼아보려 했지만, 기실 아이들을 웃게 만든 건 정욱의 공임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놀림감삼아서.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놀림감이 된 날은 수업이 끝나고 정욱이 항상 규민의 자리를 찾아왔다. “그냥 넘어가면 너가 괜히 무안할까봐, 내가 잘 무마한거야. 알지?” 정욱은 공부도 제법 잘하고 어른에게 예.. 2022. 1. 26.
연극이 끝난 후 (Play for me) - (O) O. “정직한 정치인. 과거에 떳떳한 정치인. 자신의 과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뉘우치고, 바로잡을 줄 아는 정치인. 바로 저, 고정욱입니다. 여러분,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생각하시고 피눈물 흘리시면서 나쁜 놈들, 아주 못된 잘못을 저지르고 뉘우치지도 않는 그런 놈들한테 표를 주셨죠.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아시잖아요, 그런 질 나쁜 놈들이 여러분들을 대표하면 안 된다는거. 하지만 그게 어디 여러분 잘못입니까. 뽑을만한 사람이 없었던 우리 정치판이 문제였죠. 자, 제가 바로잡겠습니다. 저 경기도의 아들, 동흥의 자랑, 고정욱.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여러분 앞에 발가벗겨진 마음으로 섰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문제들, 올바른 사람이 마땅한 자리에 서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 2022. 1. 24.